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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han Imperial Household

[한국타임즈 역사기획칼럼(7)] 대한제국 13년을 마치면서

2017-03-25

[한국타임즈 최창수 기자] '대한제국 13년'이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친 역사기획칼럼을 마치면서, 국민들이 헤이그 특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사는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면서 대한제국이 독립국임을 천명하기 위해 파견된 고종황제 사절단이다. 다가오는 31독립만세운동 98주년을 맞아 헤이그 특사 세 분을 기리면서 그들의 거룩한 행적을 더듬어보기 위해 '대한제국 13년'을 기획했다. 


"1905년 11월 17일 덕수궁 중명전에서 일본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됐다. 1907년 고종황제는 이준, 이위종, 이상설을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보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 만국평화회의 의장국인 러시아 황제의 초대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울분을 참지 못한 이준은 자결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헤이그 특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과연 이뿐일까? 수개월에 걸쳐 자료를 파악하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미처 몰랐던 대한제국의 숨은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둥둥거렸던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실패와 좌절의 역사로만 기억되었던 헤이그 특사.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역사칼럼 '대한제국 13년'이 준비됐다.


만국평화회의 참석이 가로막힌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특사들의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각국 대표단들에게 호소문을 돌렸으며, 만국평화회의 의장과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역만리에서 만난 외신기자들은 이들의 열정 넘치는 모습에 감탄해 연일 대한제국과 특사들의 독립의지에 대한 기사를 본국에 송출했으며, 프레스센터에 연설회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왜 대한제국이 희생되어야 합니까? 국력이 약하기 때문입니까? 왜 일본은 양국 간 모든 계약과 조약을 무시합니까? 강한 국력을 과시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그러나 강한 나라라 해서 약한 이웃나라를 희생시킨다면 여러분들이 주창하는 세계평화는 결단코 만들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강대국이 약소국이 되기도 했고, 약소국이 강대국이 되기도 했다는 것을 과거 역사에서 무수히 보았습니다."


유창한 프랑스어로 연설을 했던 특사들은 이어 영국과 미국을 방문했다. 세 특사들의 활동을 추적하면서, 1907년 당시 해외 신문기사들을 통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비록 만국평화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일본의 만행을 만국평화회의 참석보다 더 극명하게 세계만방에 알렸으며, 후대의 역사는 이들의 활동과 치적에 대해 빠짐없이 담아내야 한다.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세 특사 중 이위종의 외고(外高) 손녀 '율리아'가 러시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랑머리에 갈색 눈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서 한국인과 러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녀는 이위종의 사료를 파악하고 있었다. 놀랍고 반가웠다. 하지만 금세 안타까움이 거대한 물결처럼 다가왔다.


그녀가 외고조 이위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분의 마지막 행적이 묘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헌신을 다한 특사로서의 역할과 이후 독립운동, 그리고 실종. 외고손녀 '율리아'는 이위종이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으로만 기억되고 있을 뿐,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가슴 속에 멍에로 담고 있었다. 그녀는 대한제국 역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책망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1907년 일본은 궐석재판을 열어 이상설 특사에게는 사형을, 이위종 특사에게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멋대로 재판이었다.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특사들은 해외로 떠돌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국땅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다. 이상설 특사는 모진 고문으로 병을 얻어 연해주에서 사망했으며, 이위종 특사는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배경에는 필히 일본이 있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대한제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특사들의 삶은 감동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이제 우리는 후손된 책임을 다하여 헤이그 특사를 대한제국 삼총사로 각인해야 함을 주창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친일후손들이 망가뜨린 대한민국을 올곧게 다시 세우는 일에 이 글을 바친다. 대한민국은 모국이다. 모국은 하나다.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 


[최창수 한국타임즈 수도권취재본부 총괄본부장은 '한국기독교 사형폐지운동연합회 수석운영위원' '칼럼웹진 뉴스나비 논설위원' '한글사랑방 운영위원' '민생안정실천본부 홍보위원장' 도서출판 '정담은 출판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타임즈 최창수 기자